영화계 종사 여성 10중 7명 이상은 외모 평가, 음담패설, 술자리 강요 등 성폭력·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은 지난해 5~9월 사이 영화인 83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관련 종사자 41명에 대한 면접 조사 결과를 종합한 '영화계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58.3%)은 성폭력·성희롱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017년 조사 결과(46.1%)보다 12.2% P 높아졌다. 성별로는 여성 피해자가 남성보다 2배 많았다.
조사를 진행한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실제로 많은 사람이 경험해서 피해율이 높아졌다기보다는 '미투' 이후 많은 영화인이 자신이 겪었던 경험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라며 "성폭력·성희롱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직군별로는 연출(68.2%)이 성폭력·성희롱에 가장 많이 노출됐다.
미술·소품(61.5%), 분장·의상(60.0%), 제작(59.1%), 배급·마케팅(57.4%), 동시녹음(52.9%), 후반작업(52.3%) 등 직군의 절반 이상은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유형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평가(28.8%)가 가장 많았다. 음담패설·성적 농담(15.0%), 술을 따르거나 옆아 앉도록 강요하거나 술자리 강요(13.7%) 등 순이었다. 이 밖에도 특정 신체 부위를 쳐다보거나(7.4%) 개인의 성생활·성적 지향 등을 집요하게 묻거나 의도적으로 유포(6.0%),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당하거나 강요받은 경우(5.8%), 사적 만남·데이트 강요(5.6%) 등도 있었다.
영화계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 사진제공=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피해자의 성별과 관계없이 가해자는 남성인 경우가 많았다. 여성 피해자를 상대로 한 성폭력 가해자의 88.7%는 남성이었다. 남성 피해자 역시 가해자가 남성인 경우가 절반 이상(58.0%) 이었다.
가해자의 직군은 촬영·조명이 47.3%로 가장 많았다. 제작(31.0%), 연출(30.3%), 배우(10.3%) 순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에 따르면 대체로 동일 직군에서 성폭력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피해 장소는 회식을 비롯한 술자리가 가장 많았다. 촬영 현장(22.7%), 회의·미팅 장소(13.3%), 숙소·합숙 장소(4.7%) 등에서도 각종 피해 사례가 조사됐다.
조직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일 경우 성희롱·성폭행 피해 비율이 급격히 감소했다. 여성이 70% 이상일 경우 피해 비율이 5%로 가장 낮았다. 그러나 여성 비율이 줄어들수록 피해 사례는 늘어났으며 여성이 10~30% 미만인 조직에서는 평균 33.7%의 피해 사례가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참고 넘어갔다'가 51%로 가장 많았으며 '친구나 동료에게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고 넘어갔다'(39.3%)와 같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가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하거나 상급자에게 보고했다고 밝힌 경우는 20%에 그쳤다.
대체로 여성 피해자가 남성보다 더 큰 피해를 호소했다. 남성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답변이 63.8%로 가장 많았다. 반면 여성은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해졌다' 등 응답이 각각 30.4%로 높게 나타났다. 영화계를 떠나고 싶다거나 타인에 대한 불신, 불안·우울 등 부정적인 감정 등 부정적인 반응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최근 영화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예방 교육 비율은 75.9%로 2017년보다 27%가량 높아졌다. 예방 교육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남성들은 예방 교육을 통해 '조직 안에서 언행을 조심하게 됐다'(36.8%)고 답했으며 여성은 '성희롱·성폭력이 무엇인지 알게됐다'(30.1%)고 말했다.
이하경 든든 상담위원은 "처리된 사건들을 보면 혼자 고민하다가 센터에 찾아와 본인이 원하는 사건 해결이 뭔지 알아가고,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영화계 내에서 사건 처리를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박예진 기자 postmone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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