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한 씨, 과민성대장증후군 시달려
검·경,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
검찰 "댓글달기는 인터넷문화의 전형적 방법"
라이프스타일|2020-12-03 19:03:43
안희주 기자
한 사람에게 1년동안 악플을 달아온 네티즌에게 수사기관이 "댓글달기는 인터넷문화"라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네티즌은 무혐의 처분 이후에도 3년간 불특정 다수를 향해 악플을 달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수사기관이 악플러에게 면죄부를 부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동작경찰서는 남성 한모(29)씨의 블로그에 상습적으로 비하 댓글을 단 남성 악플러 A(23)씨를 2018년 8월 불안감 조성 혐의로 수사했으나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도 A씨를 같은 해 9월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 악플러는 어느 블로그를 표적으로 2017년 7월부터 악플을 달았다. 블로그 운영자 한 씨는 평범한 일상 이야기를 올렸지만, 악플러 A씨는 "이런 애들이 꼭 집창촌을 찾더라"라는 식의 악플을 1년 넘게 게재했다.
한 사람에게 1년동안 악플을 달아온 악플러 A씨에게 수사기관이 "댓글달기는 인터넷문화"라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A씨는 무혐의 처분 이후에도 3년간 불특정 다수를 향해 악플을 달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 = Pixabay
악플러 A씨는 한 씨를 댓글로 비난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그는 한씨의 메일 주소를 알아내 "내가 네 집 바로 앞에 살고 있으니 만나자"며 집주소까지 특정해 위협을 가했다.
결국 한 씨는 블로그를 닫았다. 이후 과민성대장증후군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시달리면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한씨는 2018년 6월 악플러 A씨를 고소했다. 같은 해 8월 A씨를 입건한 경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검찰도 경찰과 같은 판단을 해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불기소 결정서에 "댓글 달기는 인터넷 문화의 전형적 방법으로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쓸 수 있다"며 "의견이 대치되는 부정적 댓글을 썼다고 해서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과 경찰에서 '면죄부'를 받은 A씨는 악플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A씨는 불특정 다수 블로거를 겨냥하거나 뉴스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다는 행위를 3년 이상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한씨는 "제 주변에 A씨의 악플로 피해를 본 사람만 10여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A씨는 주로 여성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네 얼굴 자동차에 밟혀 XX(큰 구멍이 난 것처럼 망가졌다는 뜻의 비속어)난 듯" "여자들 생리했으면 밖에 나오지 마" 등 성차별 댓글을 다수 달았다.
일각에서는 수사기관이 악플러에게 면죄부를 부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정빈 법무법인YK 형사전문변호사는 "검찰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려 한 의도였겠지만, 국민들이 악플 문제를 실감하는 만큼 수사기관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은영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는 "한 사람의 표현이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권리를 위협할 수준에 이른다면,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희주 기자 postmoneynews@gmail.com
THE LAW는 모든 기사에 대한 독자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위 기사에 대한 소감, 정정이나 이의제기, 반박등의 의견이 있으시면 아래 이메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보내주신 내용을 확인 후, 신속히 답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