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④ 고용시장 경직된 유럽, 구조적 실업률 美보다 높아

상대적으로 해고장벽이 낮은 미국기업 vs 해고장벽 높은 유럽기업 신규고용
차이

경제와 산업 | 2020-11-12 08:15:00

박성진 기자

유럽은 코로나 대응 측면과 사람들의 기존 일자리를 지키는 측면, 그리고 재정문제에 있어 구조적 결함을 깨고자 하는 강한 의지 등 여러 측면에서 미국보다 나은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유로화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특히, 이 중 가장 유효했던 변화는 재정통합 노력이다. 지난10년간 유럽의 발목을 잡아온 재정 문제가 2020년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진일보하는 모습을 증명해 보인 것은 해체의 위기 앞에서는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가는 모습을통해 신뢰를 회복시키고, 유럽에 대한 기대를 높이게 하는 유의미한 사건이었다.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당선과 함께 연말을 앞두고 '그렇다면 이제는 드디어 유럽의 시대가 오는 걸까?' 에 대한 논의와 유럽의 시대와 함께 '달러화는 지난 10 년의 강세 사이클을 끝내고, 장기약세 사이클로 본격적으로 진입을 한 걸까?' 에 대한 논쟁은 뜨거워질 것이다.

다만 이 질문에 답을 내리기 위해서는 유럽은 아직 더 많은 것을 증명해야 한다..

유럽의 추세적인 성장과 발전을 전망하기에 앞서 현재 유럽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들의 기대수명은 얼마나 길 수 있을지, 성장이 있는 곳으로 경제구조를 얼마나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또한 이번의 재정합의를 정말 재정통합 노력의 시작점으로 삼아 논의를 계속적으로 발전시킬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국가별 고용시장 규제 강도 비교, 출처 : OECD
국가별 고용시장 규제 강도 비교, 출처 : OECD
유럽의 경직적인 고용시장과 중장기 실업률을 높이는 요인은 유럽의 노동자 보호정책은 미국과 달리 유럽의 실업률을 안정되게 뒷받침해준 배경이었다.

하지만, 만약 언젠가 코로나가 통제 가능한 사안으로 변하고, 글로벌 경기가 그로 인한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균형을 회복하는 과정에서도 '유럽의 고용시장은 미국보다 강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이 준비되어야 한다.

과연 미국의 노동시장 유연성과 유럽의노동자 보호정책 중, 어떤 것이 장기적으로 더 좋은 정책이었을까?

사실 이 부분에 대한 답은 과거 위기들이 어느정도 설명을 해준다. 당장 경기방어에는 노동시장 경직성이 경기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데에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들이 반복되면서 유럽에 남은 건 '높은 자연실업률'이었다.

유럽의 자연실업률은 1970년 후반 급격하게 높아진 이후 지금까지 높은수준을 유지한 반면 미국 자연실업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흐름을 보여주었다.

자연실업률 또는 완전고용실업률(NAIRU)은 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실업률을의미한다. 부작용 없이 최대로 달성 가능한 실업률로 이해할 수 있다.

자연실업률은 마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 두 가지에 영향을 받는다. 마찰적 요인은 일자리를그만두고 새로 구하는 것이 얼마나 쉽고 어려운 지에 영향 받는 개념이다. 그리고 구조적 요인은 기업(노동 수요)에서 필요로 하는 숙련도, 스킬과 구직자(노동 공급)가 제공할 수 있는 숙련도가 얼마나 잘 맞아 떨어지는지에 의해 영향 받는 개념이다.

지금까지는 이 두 가지 요인 모두에서 유럽 대비 미국 고용시장이 이점을 가지고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코로나 위기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차이 또한 이러한 격차를 유지시키거나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먼저, 마찰적 실업 부문에서 미국과 유럽의 가장 큰 차이는 고용 및 해고를 둘러싼 규제들이다. 노동자 보호 정책과 정부의 개입 강도, 노동조합의 단체 교섭력 등은기본적으로 노동시장의 진입과 퇴출 과정에 장벽을 쌓는 역할을 한다.

해당 장벽의 높이는 결국 각 나라가 추구하는 가치관의 차이에 의해 결정되므로 옳고 그름의 문제로 접근할 수 없다.
 미국과 유럽의 완전고용실업률, 그 격차, 자료: CBO, Eurostat
미국과 유럽의 완전고용실업률, 그 격차, 자료: CBO, Eurostat
하지만 이러한 제도들이 고용시장자체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은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신규고용 계획을 짤 때부터 해고의 장벽을 고려한다. 경영환경변화에 따라 해고가 용이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기업의 신규고용 결정은 좀 더쉽겠지만, 만약 상황이 변해도 현재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임금삭감 또는 해고결정을 쉽게 하지 못할 수 있다고 인지할 경우에는 신규고용에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미국과 유럽의 차이를 다시 한 번 짚어보면, 일단 미국 기업들은상황 변화에 따른 임금삭감과 해고 결정을 내리는 데에 큰 장벽이 없다. 장벽이 낮은만큼 미국 기업들은 신규고용을 할 때 고려하는 변수들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적다.

고용시장 유연성이 그 어느 국가보다 높은 이유이다. 마찰적 실업이 다른 나라들에비해 낮게 유지될 수 있는 배경이다.

반면 유럽과 같이 노동법 제도가 두텁고 해고가 어려운, 고용시장이 좀 더 경직적인 국가의 기업들은 향후 해고 결정을 내리고자 할때 마찰적 비용이 더 많이 수반되기 때문에 신규고용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한다.

고용시장 진입과 퇴출의 유연성과 역동성은 서로 연계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경기 전망이 불확실하거나 저성장이 장기간 지속된 경우에는 해당 국가의 노동시장 제도에 따라 기업들의 고용 태도에 더 큰 차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규제가 더 많은 지역의 기업들은 경제와 생산성, 기업이익 전망이 뚜렷하게 개선되어야만 고용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은 경기 전망에 자신이 없을 경우, 신규 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구조적 실업은 기업(노동 수요)에서 필요로 하는 숙련도와 구직자(노동 공급)가 제공할 수 있는 숙련도간의 매치가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에 의해 주로 영향을받는다.

여기에는 교육, 물리적 이동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겠으나 '실업의 장기화' 문제와도 연관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실업이 장기화될수록 해당실업자의 숙련도는 점차 뒤쳐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제공해줄가능성은 점차 낮아진다.

장기 실업자들은 단기 실업자들에 비해 고용시장에 되돌아가기가 상당히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즉, 해당 국가의 구조적 실업 문제는 장기 실업자 비중과 높은 관계를 가진다. 실업자의 실업 기간으로 놓고 봐도 미국은 유럽에 비해 유리한 면을 가지고 있다.
실업기간, 미국은 대체로 단기, 유럽은 장기, 자료:BLS, Eurostat
실업기간, 미국은 대체로 단기, 유럽은 장기, 자료:BLS, Eurostat
미국의 고용시장 순환 속도, 실업이 되었다 빠르게 취업이 되고, 또 취업자가 다시 실업이 되는 속도는 유럽에 비해 단연 빠르다. 취업자가 특정 회사에 오래 일하게끔 보호하는 장치보다는, 고용시장 자체에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둔 결과일것이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장기 실업자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유럽은 고용시장 순환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 취업을 한 이후에는 쉽게 실업상태에 놓이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한번 실업자가 되고 난 이후에는 다시 취업자가되기까지 평균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두터운 복지제도와 경제 안전망은 실업자가 고용시장으로 빨리 돌아가야 하는 시급성을 낮추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유럽의 장기 실업자 비중은 미국에 비해 확연히 높은 편이다.
유럽(유로존) 실업자들의 실업 기간, 자료 : Eurostat
유럽(유로존) 실업자들의 실업 기간, 자료 : Eurostat
미국 0.5년 이상 실업자 비중과 유로존 1년 이상실업자 비중을 그렸다. 미국의 기준이 더 넓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장기실업비중이 유럽에 비해 확연히 낮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럽의 구조적 실업률이 미국에비해 높은 배경이라고 볼 수 있겠다.

박성진 기자 postmone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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