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게임스(Epic Games)와 애플의 수수료 갈등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점점 더 강한 수를 놓으며 게임 이용자들의 불편만 늘어나고 있다.
지난 8월 애플 앱스토어에서 iOS용 포트나이트가 삭제되면서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됐다. 이유는 수수료다. 에픽은 앱 내 결제 금액에서 30%를 애플에 내야 하는 이른바 7:3 수수료 정책에 부당하다고 반박하며 포트나이트에 자체 결제 수단을 넣었다. 애플이 가장 경계하는 플랫폼 외부 결제를 적용한 것이다. 당연히 이는 약관 위반이고, 애플은 새 버전의 앱을 앱스토어에서 지워버렸다.
에픽은 애플뿐 아니라 구글 플레이스토어용 포트나이트에도 외부 결제 수단을 똑같이 적용했다. 애플뿐아니라 구글도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앱이 외부 결제 수단을 적용하는 것을 강하게 금지하고 있다. 포트나이트는 가장 인기 있는 두 플랫폼에서 쫓겨나게 됐다.
포트나이트의 퇴출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고, 누가 봐도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에픽도 이를 모르지는않았지만 그만큼 이 수수료 정책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읽어볼 수 있다. 이후의 갈등은 더욱 심각해지면서 감정적인 대응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애플의 앱 스토어가 앱 수수료 논쟁으로 업계에 주목을 끌고 있다. 애플은 7:3 수익배분 방식을 고수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apple
애플은 에픽의 앱스토어 개발자 계정을 차단하는 강수를 두었다. 에픽의 가장 큰 비즈니스 중 하나는 게임을 만드는 뼈대가 되는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이다. 이 엔진을 업데이트하고, 이를 바탕으로 만든 게임들에 기술 지원을 할 방법이 끊어지게 된다. 한 마디로 언리얼 엔진으로 만든 게임들이 모두 퇴출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앱의 수수료를 둔 갈등은 꼭 에픽과 애플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비롯해 게임을 유통하는 밸브의 스팀 등 대부분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은 7:3의수익 분배를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다. 플랫폼 안에서 앱이나 콘텐츠를 판매하면 총액의 30%를 수수료로 받는 것이다. 이는 앱의 종류나 매출, 개발사에 관계없이 모두 똑같이 적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정책이다.
이 수수료가 부당하다는 반응은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 왔다. 30%는 비율로는 납득할 만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총액으로는 부담스럽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불거진 예 중 하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365다. 아이패드, 아이폰용 오피스365는 일찍부터 개발이 시작됐다. 하지만 출시는 2014년에 이뤄졌다. 바로 수수료 때문이다.
지금의 에픽처럼 공식적인 갈등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과 협상을 이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이 클 테니 수수료를 낮춰 달라는 것이다. 판매량에 따라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협상이다. 하지만 애플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간단한 원칙에 예외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오피스365는 30%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에서 결제하거나, 상품권을 통한 구독 갱신을 막지는 않기 때문에 두 회사 사이에 적절한 화해 분위기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수수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넷플릭스나 멜론, 벅스뮤직 등 콘텐츠 유통서비스들의 입장에서 보면 콘텐츠에 대한 유통과 스트리밍에 대한 트래픽 등을 모두 직접 관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요금 결제를 플랫폼에 대행을 맡기고 30%의 수수료를 내어주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에픽도 마찬가지다. 포트나이트의 클라이언트를 유통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애플과 구글의 스토어를 이용하지만, 이후의 운영은 모두 에픽의 서버에서 이뤄진다. 그 과정에서 아이템 등 앱 내에서 이뤄지는 상거래에까지 수수료를 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애플을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앱 내에서 모든상품의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 30%의 수수료를 받는 것이 핵심 수익 모델이다.
30%의 수익은 많아 보일 수 있다. 그만큼 앱 시장이 성장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애플이 앱스토어를 열고 7:3 비율의 수익 분배를 제안했을 때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앱스토어의 핵심은30%의 수수료만으로 기존 오프라인의 모든 유통과 마케팅 과정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폰이나오기 이전까지 PC나 스마트폰, PDA 등 모바일 기기의 앱은 전통적인 패키지 시장이 지배하고 있었다. 앱이 들어 있는 설치 디스크와 정품을 증명하는 코드를 물리적으로 만들어서 팔았다. 불법 복제 위험에 늘놓여 있었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유통처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당연히 유통처가 없는시장에서는 제품을 판매할 수 없었고, 반대로 소비자들도 소프트웨어를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는 창구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애플은 스마트 미디어 생태계를 형성했다. 애플은 삼성보다 스마트 폰 판매량이 적지만 몇 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애플의 소프트웨어에서 나오는 힘이다. 앱 스토어를 이용해 애플은 우월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생태계의 변화에 맞춰 애플도 수익분배 방식을 바꿔야 한다. 애플이 수익을 올리는 주요 창구가 앱스토어다. 앱 스토어는 애플이 구축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콘텐츠 제작사들이 만든 판매 공간이다. 콘텐츠 제작사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애플이 있는 것이다. 이제 애플은 콘텐츠 제작사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안희주 기자 postmone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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