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혜 기자 산업 혁명으로 세상에 없던 물건이 만들어지던 세상에서는 물건을 만드는 기업이 소비자보다 힘이 우세했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자 기업과 소비자의 위치는 바뀌었다. 기업은 소비자를 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며 한번 잡은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한 다양한 전략들을 세우게 됐다. 그러나 뉴웨이브 기술이 들어오자 소비자의 힘은 기업을 서서히 압도하기 시작했다. 무선 통신기술의 발전은 언제 어디서나 기업과 상품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게 했다. 기업은 진정성을 가지고 자신의 상품을 다뤄야만 했다. 기업의 광고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소비자들이 지켜보며 평가하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금융 위기 이후 소비자들은 더 깐깐하게 상품과 서비스를 바라봤다. 상품과 서비스가 좋다면 '누가 만드는가'를 살펴본다. 대체할 상품과 서비스가 많기 때문에 진정성 있게 사회에 존재 가치를 증명할 기업을 찾는다. 2008년 금융 위기를 가져온 금융권의 탐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태에 소비자들이 새로운 평가 기준을 가지게 된 것이다.
뉴미디어로 소비자들이 스스로 미디어가 돼 브랜드를 알리는 시대다. 브랜드가 크고 작은 것이 아니라, 가치 평가에 따라 소비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작은 브랜드는 기회의 시장을 맞이한 것이다.
한 때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모두가 신었다는 브랜드가 있다. '올버즈(allbirds)'다.
올버즈는 2014년 창립했다. 첫 제품은 2016년에 선보였는데 뉴질랜드산 메리노 울이나 유칼립투스 나무 등 친환경 재료로 만든 운동화였다. 처음 울버즈가 내놓은 신발은 총 10여개 종에 불과했다.
올버즈는 2년만에 100만 켤레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현재는 14억 달러 규모를 자랑하는 유니콘이다. 올버즈는 뉴질랜드의 별칭 '새들의 땅'에서 착안된 브래드명이다. 올버즈 신발에 매료된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투자자이자, 홍보대사로서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팀 브라운, 조이 즈윌링거가 올버즈의 창업자다.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편한 친환경 신발"을 만들기 위한 비전을 가졌다. 팀 브라운은 운동선수 였는데 인조 가죽이 주는 불편함에 의문을 가졌다. 뉴질랜드 출신인 팀 브라운은 천연 양모를 통해 가장 편한 신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올버즈가 집착한 것 브랜드 가치는 무엇일까?
올버즈가 내세운 가치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신발'이다. '친환경'이 아니다. 요즘 기업이 가지는 윤리가치경영 흐름을 보자면 양털이나 나무 소재로 100%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이라고 생각하지 모른다. 그런데 아니다.
올버즈는 운동하기에, 걷기에 가장 편한 신발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메리노 울 소재는 흐물거리는 특성이 있다. 나무 소재도 내구성에서 인조 가죽에 비해 약점을 가진다. 방수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올버즈는 편한 소재를 찾은데 멈추지 않고 소재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자 연구했다. 소재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신발'이라는 가치만으로는 고객을 설득하지 못한다.
그러나 올버즈는 창업자의 말대로 "우주에 흔적을 남기는 사업"이 되기 위해 집중해 고객을 설득하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 같다.
만약 올버즈가 요즘 흐름에 따라 '친환경' 소재라는 가치를 내세웠다면 어떻게 됐을까?
친환경 소재를 통해 지구를 살리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실제로 경험하기 어려운 가치이기에 브랜드에 관심을 갖는데 주저하게 된다. 고객은 자신의 과거경험이나 이미 경험한 다른 고객을 통해서 얻은 지식만을 신뢰한다. 그렇기에 양털이라는 신소재로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신발"의 가치를 고객에게 증명한 올버즈는 고객 머릿속에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차미혜 기자 postmone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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