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이 전제되지 않은 영생은 소설 '걸리버 여행기' 속 럭나그인의 삶처럼 오히려 재앙이 될 뿐이다. 과학자들은 생체 시계를 되돌리는 불가능한 꿈을 이루기 위해 수십 년간 몰두했고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가 젊음을 유지하거나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역노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다양하게 진행되는 항노화 연구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다 자란 성체 세포를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미분화 세포인 '줄기세포'와 같은 원시 상태로 돌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알토스랩스의 수석 과학고문이기도 하다. 야마나카 교수는 성체 세포를 원시 상태로 돌릴 수 있는 네 가지 인자를 찾아내 이를 자신의 이름을 따 '야마나카 인자'라고 명명하고 이들을 주입해 만들어낸 줄기세포를 '유도만능 줄기세포(iPS세포)'라고 불렀다.
우리 몸은 세포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노화된 세포를 되돌릴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신체의 회춘도 가능해진다.
실제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대 생명과학연구소는 53세 실험자의 성체 피부세포에 야마나카 인자들을 주입해 30년이 젊어진 23세의 피부세포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성체 세포를 줄기세포인 iPS세포의 형태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야마나카 인자들을 약 50일간 주입해야 하는데, 연구진은 50일이 아닌 12일간만 인자를 주입해 '회춘'을 시킨 셈이다. 30년을 되돌린 피부세포가 실제 정상적인 피부로 기능하는지 지켜본 결과 콜라겐 생성 등 본래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들이 세포의 노화 시계를 확인해본 결과 실제 30년의 시간이 되돌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를 주도한 볼프 라이크 케임브리지대 생명과학연구소장은 같은 대학 캠퍼스 내에 6월 문을 연 알토스랩스 영국 연구실에서 노화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다.
하지만 역분화 기술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iPS세포는 배아줄기세포처럼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인 '전분화능'을 가지고 단시간에 빠르게, 많이 증식할 수 있다. 반면 증식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면 암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알토스랩스 내 '드림팀'들이 생체 시계를 되돌리기 위해 집중하는 부분이다.
치료 없이도 항노화가 가능할까?
다른 치료법을 쓰지 않고 노화를 늦추는 방법으로 제안되는 것은 '식이 제한'이다. 2009년 평균수명 27년인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한 연구에서는 30% 열량을 줄인 식단을 20년간 제공한 원숭이 그룹에서 심장질환과 당뇨 등의 성인 질환이 3분의 1가량으로 줄었으며, 두뇌 퇴행도 늦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승재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식이 제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밝혀진 흥미로운 사실은 줄어든 칼로리 자체가 아니라 굶었을 때 상황이 장수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음식을 먹지 않았을 때 생체 상황을 흉내 낸다면 굳이 식이 제한을 하지 않고도 장수가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미 판매되고 있는 의약품 중 굶었을 때 신체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의약품들을 탐색했다. 대표적인 약이 당뇨병 치료제로 알려진 '메트포르민'이다. 1920년대에 만들어진 메트포르민은 유럽에서 수백 년 동안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돼온 식물 '고트스루'의 성분 구아니딘을 변형시킨 약물이다.
2014년 학술지 '당뇨·비만대사'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메트포르민을 꾸준히 복용한 당뇨 환자의 사망률이 다른 약물을 복용한 환자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에서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메트포르민으로 노화를 잡는다'는 의미의 TAME(Targeting Aging with Metformin) 시험을 미국 내 14개 센터, 3000명의 다양한 인종의 비당뇨병 피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분변을 통해 젊음을 찾는다
지난해 아일랜드 국립대인 유니버시티 칼리지 코크의 존 크라이언 교수(해부학·신경과학) 연구팀은 인간으로 치면 청장년인 3개월 된 '젊은 생쥐'의 분변을 채취해 '노인 쥐'인 20월령의 생쥐에게 이식했다. 나이 든 쥐는 8주 동안 일주일에 두 번 먹이튜브를 통해 젊은 쥐의 분변을 공급받았다. 젊은 생쥐의 대변이 실제 노인 쥐의 '회춘'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기 위해 같은 월령의 또 다른 노인 쥐는 '노인 쥐'의 분변을 공급받았다. 8주간 실험한 결과, 어린 쥐의 분변을 공급받은 늙은 쥐의 장내 미생물 군집이 점차 어린 쥐의 미생물 군집과 닮아가기 시작했다.
놀라운 점은 뇌에도 점차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학습·기억과 관련된 뇌 영역인 '해마'가 어린 쥐의 해마와 물리적·화학적으로 더 비슷해졌다. 어린 쥐의 변을 공급받은 늙은 쥐는 미로를 더 빨리 풀었을 뿐 아니라 이후에도 미로의 경로를 더 빨리 기억해냈다. 동년배 생쥐의 분변을 이식받은 나이 든 생쥐에게는 이 영향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지난해 8월 과학저널 '네이처 에이징'에 보고했다. 연구 책임자였던 크라이언 교수는 이 실험 결과를 놓고 "마치 노화 과정의 되감기 버튼을 눌러 되돌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윤진 기자 postmone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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